박지은(MyMars)
2018. 11. 13. 01:14
시필사 2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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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 기형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고등학교 이후 시필사는 처음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시집을 한 권 통째로 써서 선물하기도..가 아니라 받기도 였나..
암튼 손글씨 참 오랜만이다.
악보 그릴 때 맨날 연필만 쓰는데, 갑자기 펜이 쓰고 싶어 졌다.
어릴 땐 펜대에 펜촉을 꼽고 잉크에 찍어 쓰거나 아빠 만년필 몰래 가져와서 멋 부리며 글자를 써 내려가기도 했는데..
내일은 백 년 만에 잉크를 써보리랏.
앗솨 작업실 가는 길에 가러 가야 쥐~
시간 날 때 엄마집 가서 붓글씨도 써봐야겠다.
이 모임 신청하기 진짜 잘했네!!
다른 사람들이 쓴 시도 볼 수 있고 필사의 재미까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