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09일 차]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 포루그 파로흐자드(Forugh Farrokhzad)
오늘 밤 그대의 눈이 하늘에서
내 시에 별을 쏟아 낸다
종이의 흰 침묵 속에
불꽃을 심는 나의 다섯 손가락
열정에 들뜬 나의 미친 시는
욕망의 상처가 부끄러워
또다시 자신의 단어들을 불태운다
불꽃의 끝없는 갈증
그렇다, 사랑의 시작이다
비록 그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도
다시는 그 끝을 생각하지 않으리
이렇게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기에
왜 어둠을 두려워하는가
밤이 빛의 조각들로 가득한데
그 밤이 스쳐 지나가는 자리에
재스민 꽃 어지러운 향기 머물러 있는데
아, 그대로 두어라, 내가 영원히 그대 안에서 헤매도록
누구도 내 흔적을 다시는 찾지 못하도록
그대의 비 묻은 한숨과 타오르는 영혼이
내 노래의 온몸으로 퍼져 나가도록
아, 그대로 두어라, 이 열린 창을 통해
꿈의 포근한 날개 속에서 잠든 채
여러 날을 함께 여행하여
세상 끝으로 도망치도록
그대는 아는가, 내 삶에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는 그대가 되리라, 그대가
영혼의 그림자까지 그대
삶이 수천 번 반복된다 해도 또다시 그대다, 또다시 그대
내 안에 숨어 있는 것, 그것은 바다
숨길 수 없는 비밀의 파도
그대에게 그 폭풍의 분노를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나를 당신으로 넘쳐 나게 하고 싶다
사막으로 걸어가고 싶다
산돌로 머리를 다듬고
파도에 몸을 문지르고 싶다
이제 나를 당신으로 넘쳐 나게 하고 싶다
그대가 신기루처럼 내 안에서 부서지기 전에
그대 환영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그대 그림자까지 붙잡고 싶다
그렇다, 사랑의 시작이다
비록 그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아도
다시는 그 끝을 생각하지 않으리
이렇게 사랑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아름답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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