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32일 차]
첫 눈에 반한 사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들은 둘 다 믿고 있다.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 주었다고
그런 확신은 아름답다.
하지만 약간의 의심은 더 아름답다.
그들은 확신한다.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 수만 번 서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을 마주쳤던 순간을.
군중 속에서 '미안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던 소리를.
수화기 속에서 들리던 '전화 잘못 거셨는데요' 하는 무뚝뚝한 음성을.
나는 대답을 알고 있으니,
그들은 정녕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게 되리라.
우연이 그토록 여러 해 동안이나
그들을 데리고 장난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들의 만남이 운명이 되기에는
아직 준비를 갖추지 못해
우연은 그들을 가까이 끌어당기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들의 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웃음을 참으며
훨씬 더 멀어지게도 만들었다.
비록 두 사람이 읽지는 못했으나
수많은 암시와 신호가 있었다.
아마도 3년 전,
또는 바로 지난 화요일,
나뭇잎 하나 펄럭이며
한 사람의 어깨에서 또 한 사람의 어깨로 떨어지지 않았던가.
한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다른 사람이 주웠었다.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그것이
유년 시절의 덤불 속으로 사라졌던 공일지도.
문 손잡이와 초인종 위
한 사람이 방금 스쳐간 자리를
다른 사람이 스쳐가기도 했다.
맡겨 놓은 여행 가방이 나란히 서 있기도 했다.
어느 날 밤, 어쩌면, 같은 꿈을 꾸다가
망각 속에 깨어났을지도 모른다.
모든 시작은
결국에는 다만 계속일 뿐.
운명의 책은
언제나 중간에서부터 펼쳐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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