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모두 읽기 독서 모임 #3-1]
두 달에 걸쳐 '마의 산'을 넘고 그다음 작품은 셰익스피어였다.
을유세계문학전집 3권인 <리어 왕, 멕베스>는 한 권이지만 두 작품이라 따로 기록을 한다.
작년에 너무 인상적으로 봤던 작품이 있었다.
여섯 명의 농인 배우와 네 명의 소리꾼이 등장하는 국립극장 기획공연 <맥베스>.
각색도 연출도 음악도 무대도 연기도 프로그램북 디자인까지 다 너무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FAIR IS FOUL, FOUL IS FAIR!
깨끗한 것은 더럽고, 더러운 것은 깨끗하다!
6명의 농인 배우가 <맥베스>의 수많은 죽음을 연기하고,
4명의 소리꾼은 무대 위 끝나지 않는 장례식을 노래한다.
https://youtu.be/IIr0zvq4WRU?si=Z7SNGiI3fH9Mq_Ig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가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재탄생한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욕망으로 인해 결국에는 스스로 파멸하는 맥베스는 거대한 운명의 흐름 앞, 인간의 나약한 초상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김미란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선과 악 사이에서 서로 모순된 모습을 가진 인물들의 비극적 운명을 느와르적으로 재해석한다. 셰익스피어의 시적 언어로 쓰인 인간의 삶을 한국수어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 역 모두 여성 농인 배우가 그려내 완전히 새로운 ‘맥베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끝없는 욕망과 죄책감, 온갖 모순과 역설로 가득 찬 이야기,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인간사를 그린 ‘맥베스’를 놓치지 말자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 각색·연출 김미란 / 음악감독 이향하
https://www.ntok.go.kr/Community/Webzine/Details?articleId=203682&chapterId=50236
위의 공연을 보고 와서 벅찬 마음으로, (이뻐서 산) 민음사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리커버 특별판 세트의 '맥베스'를 보았다.
원작을 다시 보니 기가 막히게 비튼 재해석에 또 감동 ㅠㅠ
그리고 연말에 독서 모임 전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리어 왕, 맥베스'를 한번 더 보았다.
민음사 버전은 운문으로 번역되어 셰익스피어의 맛깔난 대사를 우리 말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고 을유문화사 버전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줘서 두 가지를 비교하며 보니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https://www.seoul.co.kr/news/life/publication-literature/2024/09/04/20240904025002
인간의 어리석은 탐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들은 인류의 역사와 영원한 동행을 할 수밖에 없을까.
그래도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은 양심은 있는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p.42 - 2024.06.14
맥베스 - 올 테면 오라고 해,
날이 암만 험악해도 세월은 흐른다.
p.44 - 2024.06.14
덩컨 - 크나 큰 내 기쁨이
차올라 넘치면서 슬픔의 물방울 속으로
숨으려 하는구려.
p.45 - 2024.06.14
맥베스 - 별들이여, 숨어라!
검고 깊은 내 욕망을 비추지 말거라.
눈은 손을 못 본 척하지만 끝났을 때
눈이 보기 두려워할 그 일은 일어나라.
p.48 - 2024.06.14
맥베스 부인 - 짙은 밤아, 오너라,
지옥의 가장 검은 연기로 네 몸을 휘감아
내 칼이 내는 상처 보이지 않도록,
하늘이 어둠의 장막 새로 엿보고 '멈춰라!'라고
외치지 않도록!
p.52 - 2024.06.15
맥베스 - 연민은 벌거숭이 갓난아기 모습으로
돌풍에 걸터앉아, 아니면 케루빔들처럼
형체 없는 기류의 말 등에 올라앉아
이 끔찍한 행위로 모든 눈을 자극하여
눈물이 바람을 잠재우리.
p.55 - 2024.06.15
맥베스 - 이 무서운 모험 위해 온 힘을 모으리다.
자, 가장 고운 모습으로 세상 사람 속여요.
마음속의 가식은 가면으로 가려야 한다오.
p.58 - 2024.06.15
맥베스 - 말이란 행위의 열기를 식히는 냉기일 뿐.
p.60~61 - 2024.06.15
맥베스 - 외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소, '못 자리라!
잠을 죽여 버렸다.'고 ─ 순진한 잠,
엉클어진 근심의 실타래를 푸는 잠,
하루하루 삶의 죽음, 중노동을 씻는 목욕,
상한 맘의 진정제, 대자연의 일품요리,
이 삶의 향연에서 주식인데 ─
p.61~62 - 2024.06.15
맥베스 - 저 대양의 모든 물로 내 손에서 이 피를
씻어낼 수 있을까? 아냐, 내 손이 오히려
광대무변 온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여
푸른 물을 다 붉히리.
p.62 - 2024.06.15
맥베스 부인 - 내 손도 당신과 색깔은 같지만 창피하게
심장이 그처럼 희지는 않아요.
물만 좀 있으면 혐의가 벗겨질 터이니
얼마나 쉬워요! 굳건한 마음이 당신을
홀로 두고 떠났어요.
p.81~82 - 2024.06.15
맥베스 - 귀여운 햇병아리, 그 행위에 박수 칠 때까지
모르고 있으시오. 칠흑 밤아, 어서 와서
동정에 찬 낮님의 다정한 눈 싹 가리고
형체 없는 너의 그 피투성이 손으로
날 질리게 만드는 생명 보증 파기하고
갈기갈기 찢어라! ─ 빛은 점점 옅어지고
까마귀는 검은 숲에 날아든다.
선량한 낮 것들은 축 처지기 시작하고
밤의 검은 수족들이 먹이 찾아 일어난다.
내 말에 놀랐구려. 하지만 잠자코 있어요.
시작이 나쁜 일은 그 악화가 강화라오.
그러니 자, 같이 가요.
p.90 - 2024.06.15
맥베스 - 밤은 어디 가 있소?
아침과 거의 다툴 판인데 차이가 없어요.
왜냐하면 난 지금
최악의 수단으로 최악을 알고자 하니까.
p129. - 2024.06.18
맥베스 - 무서움의 맛을 난 거의 잊어버렸다.
한밤에 비명 듣고 내 모든 감각이
오싹했던 때도 있고 내 머리 가죽이
암울한 말 들으면 산 것처럼 일어나
꿈틀거린 적도 있다. 난 공포를 포식했어,
살기 품은 내 생각에 흔히 있는 전율에도
놀랄 수가 없으니까.
내일과 또 내일과, 내일과 또 내일이
이렇게 쩨쩨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죽음 향한 바보들의
흙 되는 길 밝혀 줬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움직이는 그림자일 뿐이고
잠시 동안 무대에서 활개치고 안달하다
더 이상 소식 없는 불쌍한 배우이며
소음, 광기 가득한데 의미는 전혀 없는
백치의 이야기다.
p.147 작품 해설 - 2024.06.18
이런 삶이 죽음보다 낫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가? 왕비의 죽음을 접한 맥베스가 일생의 동반자, 야심의 공동 소유자를 떠나보내면서 읊는 이 독백은 인간의 삶에서 의미와 가치가 다 빠져나갔을 때 어떤 상태가 되는지를 가장 극명하고도 허무하게 밝혀 준다. 우리가 만약 맥베스의 죽음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다면 그것은 위와 같은 독백에서 그가 진실하게, 뼈아프게 전달하는 그의 삶의 무의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알라딘 eBook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미영 옮김) 중에서
p.217 - 2025.01.05
뱅코 - 때로는 우리를 해치기 위해서 암흑의 앞잡이들이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요.
가장 큰 죄를 짓게 하기 위해 사소한 진실로 우리를 유혹하는 거겠지요.
p.218 - 2025.01.05
맥베스 - 내 침착한 심장이 평소와는 달리 갈비뼈에 부딪힐 만큼 뛰는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나건 아무리 힘든 날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가는 법.
p.222 - 2025.01.05
맥베스 - 별들아, 빛을 가려라.
그 빛이 깊고 어두운 내 욕망을 볼 수 없도록.
손이 하는 일을 눈이 봐서도 안 돼.
차마 눈 뜨고 못 볼 일을 벌여야만 하니까.
p.238 - 2025.01.05
맥베스 - 말은 행위의 열기에 차가운 입김을 불어 줄 뿐이야.
p.242 - 2025.01.05
맥베스 - 순진무구한 잠! 엉클어진 근심의 실타래를 엮어 주는 잠, 하루하루 삶의 종착이고, 고된 노동의 피로를 씻어 주는 목욕이며, 상처 입은 마음의 진통제이자, 위대한 자연의 가장 맛있는 요리, 인생의 향연에서 가장 영양가 있는 음식인 잠 ─
p.243 - 2025.01.05
맥베스 - 여기 내 손을 좀 봐! 아아! 내 눈알이 뽑혀 나가는 것 같구나.
넵튠 신의 바닷물을 다 가져온다 한들 내 손에 묻은 이 피를 깨끗이 씻어 낼 수 있을까?
아니야, 오히려 이 손이 거대한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초록색 물빛을 시뻘겋게 만들 거야.
p.255 - 2025.01.05
로스 - 마치 인간이 한 짓 때문에 화가 난 듯 하늘이 핏빛으로 위협하는 게 보이시지요.
지금은 낮인데도 캄캄한 밤이 태양을 짓눌러서 생명의 빛이 땅과 키스해야 할 시간에 어둠이 땅을 매장해 버렸으니 이건 밤이 득세하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낮이 부끄러워서 이러는 겁니까?
p.257 - 2025.01.05
노인 - 악을 선으로 바꾸고 적을 동지로 바꾸는 사람들에게도요!
p.259 - 2025.01.05
뱅코 - 폐하께서 분부하시는 일이라면 풀 수 없는 매듭으로 거기 영원히 묶인 것처럼 제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p.261 - 2025.01.05
맥베스 - 뱅코에 대한 내 두려움은 깊이 박혀 있어.
게다가 그의 왕다운 성품에는 두려워해야 할 무언가가 있어.
그는 배짱이 있는 데다, 그 겁 없는 기질에 덧붙여 그의 용기가 안전하게 행동하도록 인도해 주는 지혜도 갖고 있어.
p.269 - 2025.01.05
맥베스 - 자, 눈을 가리는 밤이여, 어서 오라.
인정 많은 낮의 고운 눈을 스카프로 가리고,
p.274 - 2025.01.05
맥베스 - 대리석처럼 완전하고, 바위처럼 든든하고, 대기 중의 공기처럼 자유롭고 거리낌 없을 텐데.
맥베스 부인 - 연회가 벌어지는 동안 주인이 자주 술을 권하지 않는다면 사 먹는 음식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식사는 집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지요.
집 밖에서 해야 한다면 환대야말로 최고의 반찬입니다.
환대 없는 모임은 삭막하기 이를 데 없지요.
p.316 - 2025.01.05
맬컴 - 맥베스는 다 익어 건들기만 해도 떨어질 열매와 같소.
밤이 길면 아침이 반드시 오는 법이오.
p.330 - 2025.01.05
맥베스 - 그런 말을 들을 때가 올 줄 알았어-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기록된 역사의 마지막 글자에 다다를 때까지 이렇게 살금살금 걸어서 날마다 조금씩 다가오고 있어.
우리의 모든 어제는 바보들한테 죽은 후 흙으로 돌아갈 길을 불 밝혀 알려 주지.
꺼져라, 꺼져, 단명한 촛불이여!
삶이란 단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할 뿐, 무대에 서 있는 동안은 뻐기고 안달하지만 그 후에는 더 이상 소식조차 들을 수 없는 삼류 배우와 같은 거야.
소리와 격분만 가득하고 아무 의미도 없는 천치의 얘기, 그게 바로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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