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2일 차]
이 사랑 - 자크 프레베르
이 사랑
이렇게 격렬하고
이렇게 연약하고
이렇게 부드럽고
이렇게 절망하는
이 사랑
대낮처럼 아름답고
나쁜 날씨에는
날씨처럼 나쁜
이렇게 진실한 이 사랑
이렇게 아름다운 이 사랑
이렇게 행복하고
이렇게 즐겁고
또한 어둠 속의 어린 아이처럼 두려움에 떨 때에는
이렇게 보잘 것 없고
한 밤중에도 평온한 어른처럼
이렇게 자신 있고
다른이들을 두렵게 하던 이 사랑
다른이들을 말하게 하고
다른이들을 질리게 하던
우리가 그들을 숨어 보았기에
염탐당한 이 사랑은
우리가 그를 쫓고 상처주고 짓밟고 죽이고 부정하고 잊어버렸기에
쫓기고 상처입고 짓밟히고 살해되고 거부당하고 잊혀진
완전한 이 사랑은
여전히 이렇게 생생하고
이렇게 빛나니
이것은 너의 사랑
이것은 나의 사랑
언제나 새로왔고
변하지 않던
그것은 한포기 풀처럼 진실하고
한마리 새처럼 여리고
여름처럼 뜨겁고 활기에 차
우리는 둘이 서로
오고 갈 수 있으며
우리는 잊을 수 있고
또 우리는 다시 잠들 수 있고
우리는 잠에서 깨어 고통을 겪으며 늙을 수 있고
우리는 다시 잠들어
죽음을 꿈꾸고
우리는 눈을 뜨고 미소 짓고 웃고
그리고 다시 젊어질 수 있지만
우리의 사랑은 거기 그렇게
바보같이 고집스럽게
욕망처럼 타오르며
기억처럼 잔인하게
회한처럼 어리석게
추억처럼 달콤하게
대리석처럼 싸늘하게
대낮처럼 아름답게
어린애처럼 연약하게
미소 지으며 우리를 쳐다본다
말도 없이 우리에게 말한다
나는 몸을 떨며 귀를 기울인다
그래 나는 외친다
너를 위해 외친다
나는 네게 애원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서로 사랑하는 모든 이를 위해
서로 사랑했던 모든 이를 위해
그래 나는 그에게 외친다
너를 위해 나를 위해
내가 모르는 다른 모든 이를 위해
그곳에 있어다오
네가 있는 그곳에
옛날에 있던 그곳에
그곳에 있어다오
움직이지 말아다오
떠나지 말아다오
사랑받은 우리는
너를 잊었지만
너 우리를 잊지 말아다오
우리에겐 지상 위에 오직 너 뿐
우리를 싸늘하게 식도록 내버리지 말아다오
아주 아주 먼 곳에서도 언제나
또 어느 곳에서라도
우리에게 삶의 신호를 보내다오
아주 오랜 훗날 어느 수풀더미에서
기억의 숲 속에서
문득 나타나서
우리에게 손을 뻗어
우리를 구원해다오.
#이사랑 #CetAmour #자크프레베르 #쟈끄프레베르 #JacquesPrevert #시필사 #라미만년필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시필사 & 시낭독 > 2021 시필사 : 1일 1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서로에게 - 문태준 (1) | 2021.01.17 |
---|---|
가을 - 강은교 (0) | 2021.01.14 |
발 없는 새 - 이제니 (1) | 2021.01.11 |
무화과 숲 - 황인찬 (1) | 2021.01.10 |
말 - 장승리 (0) | 2021.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