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필사 & 시낭독680 일요일에 심장에게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20 시필사. 166일 차] 일요일에 심장에게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고마워, 내 심장 투덜거리지도 않고 소란 피우지도 않으며 타고난 근면함에 대해 어떤 칭찬도 보상도 요구하지 않아서. 너는 1분에 70번의 공덕을 쌓고 있지. 너의 모든 수축과 이완은 세상을 두루 여행하라고 열린 바다로 조각배를 밀어 보내는 것과 같지. 고마워, 내 심장 매 순간순간마다 나를 남들과 구별되는 존재로 만들어 주어서. 꿈에서조차 독립된 존재로. 너는 계속 확인해 주지, 내가 꿈속으로 영영 날아가 버리지 않도록. 날개가 필요 없는 마지막 비상 때까지. 고마워, 내 심장 나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어서. 비록 오늘은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영원한 휴식 전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 2021. 1. 22. 별의 먼지 - 랭 리아브 [2020 시필사. 165일 차] 별의 먼지 - 랭 리아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으로 당신이 온다 해도 나는 당신을 안다. 몇 세기가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 지상의 모래와 별의 먼지 사이 어딘가 매번의 충돌과 생성을 통해 당신과 나의 파동이 울려퍼지고 있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별의먼지 #랭리아브 #류시화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지상의 길 - 이기철 [2020 시필사. 164일 차] #지상의길 #이기철 #청산행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생의 노래 - 이기철 [2020 시필사. 163일 차] 생의 노래 - 이기철 움 돋는 나무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흙속에서 초록이 돋아나는 걸 보면 경건해진다 삭은 처마 아래 내일 시집 갈 처녀가 신부의 꿈을 꾸고 녹슨 대문 안에 햇빛처럼 밝은 아이가 잠에서 깨어난다 사람의 이름과 함께 생애를 살고 풀잎의 이름으로 시를 쓴다 세상의 것 다 녹슬었다고 핍박하는 것 아직 이르다 어느 산기슭엔 샘물이 솟고 들판 가운데 풀꽃이 씨를 익힌다 절망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지레 절망을 노래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꽃잎 하나씩은 지니고 산다 근심이 비단이 되는 하루, 상처가 보석이 되는 한 해를 노래 할 수 있다면 햇살의 은실 풀어 내 아는 사람들에게 금박 입혀 보내고 싶다 내 열 줄 시가 아니면 무슨 말로 손수건 만한 생애가 소중함을 노래하.. 2021. 1. 22. 熱河를 향하여 2 - 이기철 [2020 시필사. 162일 차] #熱河를향하여2 #열하를향하여 #이기철 #청산행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시처럼시필사 2021. 1. 22. 熱河를 향하여 1 - 이기철 [2020 시필사. 161일 차] 熱河를 향하여 1 - 이기철 趾源은 하룻밤에 아홉의 강을 건너 거친 모래 땅 열하에 도달했다지만 나는 아홉 밤을 불면으로 지새워도 한 개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마음 덮으면 없는 강이 마음 밝히면 열의 강으로 소리를 높인다 숱 많은 머리카락 날리며 바람은 어디로 불어 가는가 메마른 계절일수록 마음은 불타 올라 쓰라린 시대에는 쓰라린 정신만 남는다 참말 뜨겁게 살아 보리라 마음 다지면 맨살의 모래는 끓어오르지만 다가서면 열하는 마음 밖 백리에 피안으로 누워 있다 아직도 멀었느냐, 아픈 발 내리고 내 몸 잠시 쉬일 곳은, 내 발 디뎌 참새 발자국만한 흔적 남길 수 없는 땅 위에 낙타의 발을 이끌고 오늘도 고삐를 죄는 세월이여 어제 상수리나무 아래 쉬던 사람들 오늘은 꿈이 어지.. 2021. 1. 22. 멱라의 길 2 - 이기철 [2020 시필사. 160일 차] 멱라의 길 2 - 이기철 멱라의 길을 찾아 헤맨 삼백의 밤이 나의 채찍이 된다 멱라는 삼천년 전 楚에 있지 않고 돌팔매도 닿지 않는 내 마음 허공에 강물로 남아 있다 걸어도 걸어도 먼지 쌓인 길 금강 지나면 낙동강 상류 남쪽으로 처마 기울인 우리나라 집들 상수리 잎이 빼앗아 간 아침 햇살을 푸른 들길이 내게 돌려주지 않는다 어느 별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이 千山 너머 내 지친 몸의 침실을 마련하지 않아 自轉의 낮과 밤이 상추잎 같은 소년을 늙게 한다 아이의 얼굴을 한 초록이 이슬 속에 내 얼굴을 담아두는 오전은 아름답다 내 구두와 모직 옷들은 못과 나사로 조립한 도시처럼 낡고 헐어 머리카락 하나 바람에 불려 날아간 영원의 끝으로 내 몸을 옮겨놓지 못한다 수저로 퍼올리는 슬.. 2021. 1. 17. 멱라의 길 1 - 이기철 [2020 시필사. 159일 차] 멱라의 길 1 - 이기철 걸어가면 지상의 어디에 멱라가 흐르고 있을 것인데 나는 갈 수 없네, 산 첩첩 물 중중 사람이 수자리 보고 짐승의 눈빛 번개 쳐 갈 수 없네 구강 장강 물 굽이치나 아직 언덕 무너뜨리지 않고 낙타를 탄 상인들은 욕망만큼 수심도 깊어 이 물가에 사금파리 같은 꿈을 묻었다 어디서 이소(離騷) 한 가닥 바람에 불려 오면 내 지상에서 얻은 병(病) 모두 쓸어 저 강물에 띄우겠네 발목이 시도록 걸어가는 나날은 차라리 삶의 보석을 갈무리한다고 상강으로 드는 물들이 뒤를 돌아보며 주절대지만 문득 신발에 묻은 흙을 보며 멱라의 길이 꿈 밖에 있음을 깨닫고 혼자 피었다 지는 꽃 한 송이에 눈 닿는 것도 이승의 인연이라 생각한다 일생이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사람은 .. 2021. 1. 17. 정신의 열대 - 이기철 [2020 시필사. 158일 차] 정신의 열대 - 이기철 내 정신의 열대, 멱라를 건너가면 거기 슬플 것 다 슬퍼해 본 사람들이 고통을 씻어 햇볕에 널어두고 쌀 씻어 밥 짓는 마을 있으리 더러 초록을 입에 넣으며 초록만큼 푸르러지는 사람들 살고 있으리 그들이 봄 강물처럼 싱싱하게 묻는 안부 내 들을 수 있으리 오늘 아침 배춧잎처럼 빛나던 청의(靑衣)를 물고 날아간 새들이여 네가 부리로 물고 가 짓는 삭정이 집 아니라도 사람이 사는 집들 남(南)으로만 흘러내리는 추녀들이 지붕 끝에 놀을 받아 따뜻하고 오래 아픈 사람들이 병을 이기고 일어나는 아이 울음처럼 신선한 뜨락 있으리 저녁의 고전적인 옷을 벗기고 처녀의 발등 같은 흰 물결 위에 살아서 깊어지는 노래 한 구절 보탤 수 있으리 오래 고통을 잠재우던 이불.. 2021. 1. 17.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76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