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50일 차]
이런 시 – 이상
역사(役事)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 내어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木徒)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 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 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 길가더라.
그 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 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 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 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詩)는 그만 찢어 버리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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