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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680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2019 매일 시필사 - 26일 차. 2019.10.15 19:46] 동그란 길로 가다 - 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일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동그란길로가다 #박노해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10.
배를 매며 - 장석남 [2020 시필사. 24일 차] 배를 매며 -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일도 없으면서 넋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배를매며 #장석남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8.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19 매일 시필사 - 25일 차. 2019.10.14 22:48]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2020. 7. 8.
점(點) - 파블로 네루다 [2020 시필사. 23일 차] 점(點) - 파블로 네루다 슬픔보다 더 넓은 공간은 없고 피 흘리는 슬픔에 견줄만한 우주는 없다 #점 #파블로네루다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7.
시라는 덫 - 천양희 [2019 매일 시필사 - 24일 차. 2019.10.13 00:21] 시라는 덫 - 천양희 쓸쓸한 영혼이나 편들까 하고 슬슬 쓰기 시작한 그날부터 왜 쓰는지를 안다는 말 생각할 때마다 세상은 아무나 잘 쓸 수 없는 원고지 같아 쓰고 지우고 다시 쓴다 쓴다는 건 사는 것의 지독한 반복 학습이지 치열하게 산 자는 잘 씌어진 한 페이지를 갖고 있지 말도 마라 누가 벌받으러 덫으로 들어가겠나 그곳에서 나왔겠나 지금 네 가망(可望)은 죽었다 깨어나도 넌 시밖에 몰라 그 한마디 듣는 것 이제야 알겠지 나의 고독이 왜 아무 거리낌 없이 너의 고독을 알아보는지 왜 몸이 영혼의 맨 처음 학생인지 #시라는덫 #천양희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7.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 라이너 쿤체 [2020 시필사. 22일 차]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 라이너 쿤체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녹슨빛깔이파리의알펜로제 #라이너쿤체 #눈속장미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6.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2019 매일 시필사 - 23일 차. 2019.10.13 00:18]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웃음과 울음이 같은 음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색이 아니란 걸 알고난 뒤 내 음색音色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어둠이 얼마나 첩첩인지 빛이 얼마나 겹겹인지 웃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울음이 얼마나 첩첩인지 모든 그림자인지 나는 그림자를 좋아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졌다 #생각이달라졌다 #천양희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6.
격려 - 볼프 비어만 [2020 시필사. 21일 차] 격려 Ermutigung - 볼프 비어만 Wolf Biermann 그대, 무감각해지지 말아 이 굳어버린 시대에. 굳어버린 사람들은 부서지고 날카로운 사람들은 찌르지만 그리고 바로 꺾여 버리지. 그대, 스스로 비참하게 하지 말아 이 비참한 시대에. 지배자들은 너의 고통에 -넌 이제 창살 뒤에 있지- 두려워 떨지는 않을거야. 그대, 경악하지 말아 이 경악스러운 시대에. 그것이 저들의 목적이지 큰 투쟁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가 무기를 드는 것을. 그대, 힘을 다 써버리지 말아 너의 시간을 쓰도록 해. 숨을 필요는 없어 너는 우리가 필요하고 우리는 바로 너의 쾌활함이 필요해 우리는 침묵하지 않으려 해 이 침묵의 시대에. 나뭇가지에서는 초록빛이 터져 나온다 우리는 그걸 모두에게 보이.. 2020. 7. 5.
나의 축제를 위하여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9 매일 시필사 - 22일 차. 2019.10.11 20:56] 의 제2판(1909)에서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날아 들어온 꽃잎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런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나의축제를위하여 #릴케 #시필사 #손글씨 #펜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2020.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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