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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680

입맞춤 - 포루그 파로흐자드 [2021 시필사. 101일 차] 입맞춤 - 포루그 파로흐자드 그녀의 두 눈에 죄악의 미소가 번진다 그녀의 뺨에 달빛의 미소가 번진다 침묵하는 입술이 지나가는 곳에 감출 수 없는 불꽃이 미소 짓는다 부끄러움과 애처로움에 말을 잃고 취기어린 시선으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본다 그녀가 말한다 “사랑에는 결실이 있어야 하는 법” 비밀을 키우는 밤의 은신처에서 한 그림자가 또 다른 그림자로 기운다 하나의 숨결이 하나의 볼에 스치니 두 입술에 입맞춤의 불꽃이 피어난다 #입맞춤 #포루그파로흐자드 #시필사 #ForughFarrokhzad #만년필 #라미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4. 12.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 주며 - 올라브 H. 하우게 [2021 시필사. 100일 차]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 주며 - 올라브 H. 하우게 그것이 자기 위로 내려올 때 무엇을 해야만 하나 춤추며 떨어지는 무리들을 향해 서투른 창을 던져야 하나 어깨를 구부린 채 오는 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해질 무렵 나는 막대기를 들고 과수원을 뛰어다닌다 도와 주려고 별로 힘든 일도 아니다 막대기로 툭 치거나 잔가지 끝을 휙 잡아당기기만 하면 된다 사과나무가 튕기듯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안 고스란히 눈을 뒤집어쓰긴 해도 어린 나무들은 무척 자신만만하다 바람 말고는 어떤 것에도 숙이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저 즐거움이요 설레이는 놀이일 뿐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눈을 한아름 얹고도 아무렇지 않다 #어린나무의눈을털어주며 #시필사 #올라브하우게 #닙펜 #딥펜.. 2021. 4. 11.
풀밭에서 - 조원규 [2021 시필사. 99일 차] 풀밭에서 - 조원규 풀잎들이 한 곳으로 쏠리네 바람 부니 물결이 친다고? 아니, 시간이 흐르기 때문이야 그해 팔월엔 어땠는 줄 알아? 풀잎들은 제자리에 미동도 없이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았었지 풀 비린내에 내 가슴은 뛰고 지평선은 환하게 더욱 넓게 시간이 멈추곤 했기 때문이야 이리 와, 껴안아줘 #풀밭에서 #조원규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10.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2021 시필사. 98일 차]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 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 #길위에서중얼거리다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 2021. 4. 8.
어떤 것들 - 앨런 긴즈버그 [2021 시필사. 97일 차] 어떤 것들 - 앨런 긴즈버그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만약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어떤것들 #앨런긴즈버그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8.
봄 안부 - 강인호 [2021 시필사. 96일 차] 봄 안부 - 강인호 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찾아갔었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스며듭니다 머잖아 저 분홍빛 차차 없어져서는 어느 날 푸른 빛으로 사라지겠지요 당신 가슴 속에 스며들었을 때 내 추억도 이제 다 스러지고 말았을지도 모르는데 살구꽃 환한 나무 아래서당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저 분홍빛이 그대와 나 우리 가슴 속에 찾아와 머물다 갈런지요 잘 지내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름답기를 #봄안부 #강인호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8.
우리는 - 이지현 [2021 시필사. 95일 차] 우리는 - 이지현 그대는 봄이고 나는 꽃이야 그러니 무심천 벚꽃이 눈 밖에 있지 나는 봄이고 그대는 꽃이야 그래서 내 눈 속이 온통 그대지 우리는 꽃밭이고 우리는 봄이야 #우리는 #이지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4. 8.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 페르난두 페소아 [2021 시필사. 94일 차]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 페르난두 페소아 셀 수 없는 것들이 우리 안에 산다, 내가 생각하거나 느낄 때면, 나는 모른다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이 누군지. 나는 그저 느끼거나 생각하는 하나의 장소. 나에게는 하나 이상의 영혼이 있다. 나 자신보다 많은 나들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존재한다 모든 것에 무심한 채. 그들이 입 다물게 해 놓고, 말은 내가 한다. 내가 느끼거나 느끼지 않는 엇갈리는 충동들이 나라는 사람 안에서 다툰다. 나는 그들을 무시한다. 내가 아는 나에게 그들은 아무것도 불러 주지 않지만, 나는 쓴다. #셀수없는것들이우리안에 #페르난두페소아 #FernandoPessoa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 2021. 4. 8.
눈물의 입구 - 안현미 [2021 시필사. 93일 차] 눈물의 입구 - 안현미 여자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혼자입니다 그러나 완벽하게 혼자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바람은 불어오고 또다른 국면에서는 미늘에 걸린 물고기들이 죽음을 향해 튀어오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수동 카메라로 여자의 여름을 함께 들여다본 사람 불가능을 사랑했던 시간과 풍랑이 잦았던 마음 잠시 핑, 눈물이 반짝입니다 수면 위로 튀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도 반짝입니다 모든 오해는 이해의 다른 비늘입니다 아픈 이마에선 눈물의 비린내가 납니다 생각해보면 천국이 직장이라면 그곳이 천국이겠습니까? 또다른 국면에서는 사랑도 직장처럼 변해갑니다 사, 라, 합, 니, 다 이응이 빠진 건 눈물을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여자가 하염없이 바다를 바..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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