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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680

내가 알고 있는 것 - 잘랄루딘 루미 [2021 시필사. 38일 차] 내가 알고 있는 것 - 잘랄루딘 루미 내가 무엇을 행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는가. 내가 나를 소유하는 순간은 숨을 들이마시는 동안인가, 아니면 내쉬는 동안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쓸지 연필이 알고 있는 정도, 또는 다음에 어디로 갈지 그 연필심이 짐작하는 정도. #내가알고있는것 #잘랄루딘루미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2. 11.
호두에게 - 안희연 [2021 시필사. 37일 차] 호두에게 - 안희연 부러웠어, 너의 껍질 깨뜨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는 거 나는 너무 무른 사람이라서 툭하면 주저앉기부터 하는데 너는 언제나 단호하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한손에 담길 만큼 작지만 우주를 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너의 시간은 어떤 속도로 흐르는 것일까 문도 창도 없는 방 안에서 어떤 위로도 구하지 않고 하나의 자세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가졌다는 것 너는 무수한 말들이 적힌 백지를 내게 건넨다 더는 분실물센터 주변을 서성이지 않기 '밤이 밤이듯이' 같은 문장을 사랑하기 미래는 새하얀 강아지처럼 꼬리 치며 달려오는 것이 아니라 새는 비를 걱정하며 내다놓은 양동이 속에 설거지통에 산처럼 쌓인 그릇들 속에 있다는 걸 .. 2021. 2. 10.
몇 개의 이야기 6 - 한강 [2021 시필사. 36일 차] 몇 개의 이야기 6 - 한강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몇개의이야기6 #한강 #시필사 #볼펜 #까렌다쉬 #CaranDache #폴스미스 #PaulSmith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2. 7.
사막 - 오르텅스 블루 [2021 시필사. 35일 차] 사막 - 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Desert - Hortense Vlou He felt so lonely In this desert That sometimes He would walk backwards Just to see tracks in front of him. #사막 #오르텅스블루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2. 4.
서울의 겨울 12 - 한강 [2021 시필사. 34일 차] 서울의 겨울 12 - 한강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서울의겨울12 #한강 #시필사 #볼펜 #까렌다쉬 #CaranDache #폴스미스 #PaulSmith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나의화성 #MyMars 2021. 2. 3.
안개 - 기형도 [2021 시필사. 33일 차] 안개 - 기형도 1 아침저녁으로 샛江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2 이 읍에 처음 와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안개의 江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들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안개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안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步行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안개 속을 이리저리 뚫고.. 2021. 2. 3.
첫 눈에 반한 사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21 시필사. 32일 차] 첫 눈에 반한 사랑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그들은 둘 다 믿고 있다. 갑작스런 열정이 자신들을 묶어 주었다고 그런 확신은 아름답다. 하지만 약간의 의심은 더 아름답다. 그들은 확신한다.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러나 거리에서, 계단에서, 복도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 수만 번 서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기억하지 못하는가. 어느 회전문에서 얼굴을 마주쳤던 순간을. 군중 속에서 '미안합니다' 하고 중얼거렸던 소리를. 수화기 속에서 들리던 '전화 잘못 거셨는데요' 하는 무뚝뚝한 음성을. 나는 대답을 알고 있으니, 그들은 정녕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놀라게 되리라. 우연이.. 2021. 2. 1.
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 최금진 [2021 시필사. 31일 차] 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 최금진 혓바닥으로 붉은 장미를 피워 물고 조심조심 담장을 걷는 언어는 고양이 깨진 유리병들이 거꾸로 박힌 채 날 선 혓바닥을 내미는 담장에서 줄장미는 시뻘건 문장을 완성한다 경사진 지붕을 타 넘으면 세상이 금세 빗면을 따라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사람은 잔인하고 간사한 영물 만약 저들이 쳐놓은 포획틀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구름으로 변장하여 빠져나올 것이다 인생무상보다 더 쉽고 허무한 비유는 없으니 이 어둠을 넘어가면 먹어도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달덩이가 있다 거기에 몸에 꼭 맞는 둥지도 있다 인간에게 최초로 달을 선사한 건 고양이 비유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흰 접시 위에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 올려놓는다 언어는 지느러미를 펄.. 2021. 2. 1.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2021 시필사. 30일 차]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어느늦은저녁나는 #한강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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